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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작년에 큰 영업 이익을 낸 항공화물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항공화물도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대략 10년 주기로 2-3년은 바짝 벌고 나머지 기간동안에는 허리띠를 졸라 메는 식으로 운영된다. 

 

내 경험에 의하면 10년에 한번씩은 대형 이벤트가 발생해서 호황기를 겪었던 것 같다. (최근 이벤트인 코로나19처럼 말이다. 아래는 코로나 기간 동안의 대한항공 영업이익이다.) 

 

 

ㅇ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 (대한항공 운임 이야기)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직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공이 많으면 왜 산으로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항공사 특히 화물사업부의 매출은 항공운임(PRICE)x짐의 양(LOAD)으로 계산되는데 보통 성수기(호황기)라고 함은 항공운임(PRICE)이 어떠한 이유로 올라갔는데도 짐(LOAD)가 많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경우이다.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어떻게 수요도 상승할 수 있냐고? 항공산업은 해운산업과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 해운이 어떠한 이유(날씨, 항만 파업 등)로 영향을 받게 되면 항공 수송으로 짐이 몰리게 되는데 파이 자체가 해운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해운의 영향으로 항공 수송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1TEU(20피트 컨테이너) = V.WT 6톤 정도로 계산했을 때 작은 선박인 2000TEU 선만 해도 12,000톤 가량이 실린다. 보통 화물기 1대에는 100톤 정도 화물이 실린다. 작은 기종의 경우에는 80톤 정도밖에 실리지 않는다.)

 

위의 크기 차이에서 보듯이 작은 선박인 2000TEU 한 척만 결항이 되어도 그 화물을 항공기로 커버한다고 보면 최소 120대의 비행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듯이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항공 운임의 수요가 상승할 수 있다. 유통주식 수가 작은 주식들이 평소에는 변동이 없다가 수급이 몰리면 급등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비수기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보통 비수기가 시작될 즈음에는 비수기 대비해서 운임은 2배 이상 올라가 있는 상태고 짐(LOAD)는 많이 줄기 시작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1. 운임은 유지하고 LOAD가 좀 떨어지더라도 높은 운임으로 매출을 보전하려고 한다.

2. 운임을 내리고 LOAD를 최대한 올려서 매출을 보전하려고 한다.

 

 

“매출 = 가격 X 수요” 라는 단순한 식을 생각했을 때 양쪽의 주장이 다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항공사는 독점이 아니라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특히 업계 1위 항공사의 가격은 다른 항공사들이 PRICING(프라이싱)을 하는데 있어 일종의 닻(ANCHOR)이 된다. 시장의 선구자는 이러한 점 때문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고 쉽사리 가격을 결정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운임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지만 여러 요소(보통의 시장의 흐름이라고 많이 설명들한다.)에 의한 심리적 압박으로 결국 낮은 가격을 책정하기 쉽다. (가격 설정 과정이 그렇게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헤르만 지몬의 책 [프라이싱]을 참조해보면 안다.)

 

운임을 내리고 LOAD를 올려서 매출을 보전한다는 것은 충분히 좋은 전략이지만 다른 항공사들이 연달아 운임을 인하하게 되면 결국 시장에서 “운임” 만능주의가 생겨 거듭된 운임 하락을 막지 못한다. (다른 업종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관련 사업을 할 때나 또 많은 건설사들이 중동에서의 건설 수주를 따낼 때 서로 가격 덤핑을 하면서 결국 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사돈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고 해양플랜트 사업 때도 그렇고 중동건설수주 때도 그렇고 경쟁자가 다들 한국회사였으며,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 서로 더 먹겠다고 가격 덤핑을 하다가 결국 도산한 기업들도 많다.)

 

ㅇ 그래서 대한항공 미래 주가는 어떻게 될까?

대한항공의 주가에는 앞으로 큰 호재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1년도만 해도 대한항공의 시가 총액 자체가 5조 정도였다.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의 편을 산업은행이 들어주면서 유상증자를 하게 되었고 주가가 22,650원인 지금 시총은 8조 3,402억원이다. 유상 증자 전 시가 총액이 4.9조원일 때 주가는 28,350원이었다. 또한 앞으로 코로나19 때와 같은 호황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도래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또 화물 사업이라는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서 회사가 많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이것은 사실상 행운에 가깝다. 앞으로 여객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여객 사업은 호황이었다. 크게 과거와 달라질 게 없는 것이다. 

 

아시아나 인수 합병은 대한항공에게 득이 될까? 크게 득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나가 현재 보유한 기재는 많이 낡았고 기업 가치 또한 빚만 가득한 상태이다. 많이들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합병하게 되면 독과점 효과를 노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항공업이 국가 기관 산업이긴 하지만 세계 유수한 항공사들과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그만 두었다고 삼성전자가 독과점 효과를 노리나?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세계 기업인 애플이다.) 그리고 항공업 특성 상 어느 공항에 주간 몇 편의 비행기 띄울 수 있는지와 같은 SLOT(슬롯)을 획득하는게 중요한데,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합병하게 되면 하나의 기업이 되어버려 슬롯 배정이 줄게 된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한항공 주가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은 어둡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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